말씀과 은혜

'덮어놓고' 읽는 책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2004. 6. 28. 11:39

나를 따르라


물론 덮어놓고(!) 읽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성경은 열려진 책입니다. 아니로니칼 하게도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영원한 베스트셀러이면서도 덮어놓고 읽혀지는 책이 성경입니다. 상당히 많은 교회에서, 성경은 목회자들의 설교를 위한 필수적 자료집에 불과하고, 좀더 세련된(?) 평신도들에게는 묵상의 시간(Quite Time)을 위한 교과서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개신교가 천주교와 다른 점이 있다면 성경의 권위에 대한 것입니다. 종교개혁운동의 유명한 구호 중의 하나가 '오직 성경으로'(sola scriptura)와 '성경 전체로'(tota scriptura)였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성경은 성직자들의 독점물(獨占物)이었습니다. 평신도들에게는 닫혀진 책이었습니다.

성경이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열려진 책'이 된 것은 특별히 16세기에 일어났던 종교개혁운동과 근대사회의 민주적 정부의 덕택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로 여기로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성경에 대해 너무나 친숙하게 되고, 누구든지 성경을 소유할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읽을 뿐만 아니라, 그들 스스로 성경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성경을 '덮어놓고' 읽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성경은 결코 읽기 쉬운 책, 이해하기 쉬운 책은 아닙니다. 특별히 구약이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