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사랑

불특정 대상 범죄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2004. 4. 26. 11:59
아프리카의 그 수 많은 야생 동물 가운데 어떤 짐승이 가장 무서운가. 우리들의 상식으로는 사자나 표범이나 코뿔소 따위를 연상할 것이다. 한데 현지에 가서 들어보면 너무나 예상외의 짐승인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아프리카 밀림에서 가장 약한 짐승이요, 맹수들이 가장 손쉽게 잡아먹는 임팔라 사슴이 가장 무서운 짐승이라는 것이다. 가장 순한 짐승이 가장 두려운 짐승이 되는 이 역리(逆理)가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 것일까.
임팔라 사슴이 약육강식(弱肉强食)하는 황야에서 살아날 수 있게 한 것은 그들의 강한 집단 행동 때문이다. 한데 이 `가공(可恐)할 사슴'은 이 집단 행동을 하는 평범한 사슴이 아니라 어떤 연고에서건 그 집단에서 소외당해 외톨박이로 유랑하는 사슴을 뜻한다. 이 소외당한 사슴은 불특정의 어떤 짐승에게도 그 가지 돋친 날카로운 머리 뿔을 들이대고 저돌적으로 대든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 소외당한 사슴을 보면 그 육중한 코끼리도 멀리서부터 피하고 사자도 외면을 한다는 것이다.
집단으로부터 소외당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공한가를 동물 심리 측면에서 입증해 주고 있다 하겠다.
같은 동물인 사람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현대인의 소외를 잘 묘사해서 유명한 이오네스코는 소외당한 작품 속의 고독한 사나이로 하여금 환상 속에서 불특정의 많은 사람을 독살하는 비인간성을 잔인하도록 묘사하고 있다.
정말 소외는 두려운 것이다.
현대 사회는 그 두려운 소외 인간의 양산 사회인 것이다. 자신과 세상, 자신의 생각과 세상의 생각, 자신의 욕망과 그것을 자해하는 세상과의 대립에서 몸에 독 바늘이 돋아나는 고슴도치-, 그것이 소외 인간이다.
어떤 집단이나 체계에서 완전히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피해자 의식에 정신 질환의 일종인 분열 기질(分裂氣質)이 복합되면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보복을 하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을 버린 가해자가 특정의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음료 독살(飮料 毒殺)' 사건에서 `가공할 사슴'의 동물 심리를 적나라하게 보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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