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야외에 서 있는 석불(石佛)을 보면 어느 하나 예외없이 콧등이 떨어져 나가고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풍화로 닳아 없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고의로 떼어갔음이 완연하다. 무슨 필요가 있어 낱낱이 떼어갔을까. 남방문화권(南方文化圈)에서 코는 남자의 성기(性器)를 상징했다. `심청전'에서 뺑덕 어멈이 코 큰 총각 떡 사준 저의가 이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남성의 정령(精靈)이 깃들여 있는 석불의 코를 가루 내서 먹으면 그 정령이 전도되어 사내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수천 년 내려온 기자(祈子)습속이 한국의 석불들을 어처구니 없게 만든 것이다.
이와 같이 어느 물체에 정령이 깃들여 있다고 생각하는 물신숭배를 바로 페티시즘(fetishism)이라고 한다. 야외에 서 있는 비석의 비문 가운데서도 문(文). 무(武). 인(仁). 의(義). 예(禮). 지(智) 같은 좋은 뜻의 글은 석불의 코처럼 파여져 나가고 없음을 볼 수 있다. 과거 치러 가는 서생들이 그 글을 파 가루내어 먹으면 그 글 속에 서린 정령이 작동하여 과거에 급제할 수 있다고 여겼던 것 역시 페티시즘 행위인 것이다. 섣달 그믐날 밤이면 종로 네거리의 황토 흙을 파가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으례 금족령(禁足令)을 내리고 파수를 보게 했던 것이다. 돈 많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밟고 다니는 그 흙에는 치부하는 정령이 깃들인 것으로 보고 이 흙을 문턱에 칠하면 부자가 될 것으로 알았던 가난한 사람들의 페티시즘이었던 것이다.
페티시즘의 우리 한국 사람의 것만은 아니다. 이탈리아 베로나에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이엣'의 소재가 된 줄리엣의 무덤이 있는데, 그 무덤에 피는 등꽃을 몸에 지니고 다니면 남성들을 매료시킨다 하여 그 작은 꽃송이 하나에 3달러에 팔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인도 부다가야에 있는 성불(成佛) 보리수의 나뭇잎도 그것을 몸에 지니고자 하는 순례자들에게 암매되고 있음을 보았고, 예루살렘에 가면 요단강의 강물을, 베들레헴에 가면 성탄교회가 서 있는 마구간의 흙이라 하여 각기 작은 병에 넣어 순례자에게 팔고 있었다.
종교적 영감을 이 나뭇잎이나 물이나 흙에서 얻으려는 종교적 페티시즘이라 할 수 있다. 교황 요한 바로로 2세가 시성식 때 앉았던 의자를 시가의 33배인 5백만 원에 사겠다고 앞을 다투어 나서고 있다 하고, 교황이 밟았던 붉은 색 카페트를 조그맣게 잘라 서로 나눠갖는가 하면 성스러운 체취가 스민 방석을 훔쳐가기도 했다고 보도되고 있다. 한국인의 심층에 도사린 종교적 페티스즘을 실감나게 보는 것 같다.
이와 같이 어느 물체에 정령이 깃들여 있다고 생각하는 물신숭배를 바로 페티시즘(fetishism)이라고 한다. 야외에 서 있는 비석의 비문 가운데서도 문(文). 무(武). 인(仁). 의(義). 예(禮). 지(智) 같은 좋은 뜻의 글은 석불의 코처럼 파여져 나가고 없음을 볼 수 있다. 과거 치러 가는 서생들이 그 글을 파 가루내어 먹으면 그 글 속에 서린 정령이 작동하여 과거에 급제할 수 있다고 여겼던 것 역시 페티시즘 행위인 것이다. 섣달 그믐날 밤이면 종로 네거리의 황토 흙을 파가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으례 금족령(禁足令)을 내리고 파수를 보게 했던 것이다. 돈 많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밟고 다니는 그 흙에는 치부하는 정령이 깃들인 것으로 보고 이 흙을 문턱에 칠하면 부자가 될 것으로 알았던 가난한 사람들의 페티시즘이었던 것이다.
페티시즘의 우리 한국 사람의 것만은 아니다. 이탈리아 베로나에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이엣'의 소재가 된 줄리엣의 무덤이 있는데, 그 무덤에 피는 등꽃을 몸에 지니고 다니면 남성들을 매료시킨다 하여 그 작은 꽃송이 하나에 3달러에 팔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인도 부다가야에 있는 성불(成佛) 보리수의 나뭇잎도 그것을 몸에 지니고자 하는 순례자들에게 암매되고 있음을 보았고, 예루살렘에 가면 요단강의 강물을, 베들레헴에 가면 성탄교회가 서 있는 마구간의 흙이라 하여 각기 작은 병에 넣어 순례자에게 팔고 있었다.
종교적 영감을 이 나뭇잎이나 물이나 흙에서 얻으려는 종교적 페티시즘이라 할 수 있다. 교황 요한 바로로 2세가 시성식 때 앉았던 의자를 시가의 33배인 5백만 원에 사겠다고 앞을 다투어 나서고 있다 하고, 교황이 밟았던 붉은 색 카페트를 조그맣게 잘라 서로 나눠갖는가 하면 성스러운 체취가 스민 방석을 훔쳐가기도 했다고 보도되고 있다. 한국인의 심층에 도사린 종교적 페티스즘을 실감나게 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