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와 토론

늘어나는 독신족들, "나는 무한 자유인"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2004. 5. 24. 11:00

 고목2

독신 남녀 42%가 "결혼 필요성 못느껴"라고 답해, 달라진 신세대 풍속도
봄바람이 살살 불어도 별 감정의 이상을 못 느끼는 사람, 늦은 시간 아무도 없는 빈 집에 혼자 들어가서 밥 챙겨 먹어도 그저 맛있기만 한 사람.

 어제 영화봤는데 어떻더라는 구구절절하게 스토리를 내뱉는 그에게 누구랑 봤냐고 물으면 '혼자"라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사람.

 이런 사람은 충분히 독신자가 될 기본 자질을 갖춘 사람이다.

요즘 혼자 사는 싱글족들이 늘고 있다.

이혼과 고형화의 영향도 있지만 사회풍속도가 결혼을 늦추고 있고 '자유'를 부르짖는 '독신족'들이 늘어난 이유 때문이다.

최근 발표한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 작년 11월 1일 현재 혼자 사는 가구가 95년보다 35.4% 증가한 222만 4000가구로 집계됐다고 한다.

특히 여성가구수는 265만 3000만 가구로 5년전보다 23.6%가 늘었다.

한 인터넷사에서 독신족들에게 왜 독신을 고집하는가라고 물었는데 남녀 독신자들을 통틀어 단연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이처럼 구석받기 싫어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기꺼이 결혼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늘고 있다.

독신의 개념도 예전과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독신이라면 적당한 사람을 만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독신으로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 요즘은 독신이 좋다거나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독신의 길을 간다는 것이다.

인터넷 사이트인 솔로베이션이 독신 남녀 105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당신은 왜 독신이어야 하나'라는 질문에 42%가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그 뒤를 잇는 것이 마땅한 상대자를 못 만나서(39%), 환경적인 요인으로 불가피하게(7%), 이성에 대한 나쁜 기억때문에(5%), 일을 너무 열심히 하다보니 시간이 없어서(3%) 등이다.

 또 독신으로 살 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경제적인 여유가 역시 첫 번째로 60%로 차지했으며 이성.동성친구(16%), 건강(8%), 확실한 취미(7%), 직업(6%) 순이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독신으로 사는 이들이 앞으로도 계속 혼자 살 것이라고 하는 답변이다.

'독신으로 사는 당신의 먼 미래 모습은'이라는 질문에 46%가 계속 혼자 살 것이라고 답했다.

 물론 결혼하겠다고 답한 독신자도 34%로 적지않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 다음은 실버타운에서(11%), 친구와(5%), 가족.친지와(2%) 삵 있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 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의 독신자들은 상당수가 결혼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고 경제적인 뒷받침이 된다면 계속해서 혼자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것이 요즘 신세대들의 사고다.
이런 독신족들은 주로 명절에는 여행을 많이 다니는데 그 대상도 예전에는 친구나 가족이었던 것에 반해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3-6명 등 그룹을 지어 가는 경우가 많다.

성북구에 사는 서른 일곱의 회사원인 독신주의자 민규씨는 독신자들이 즐겨 찾는 싸이트에 들렀다가 휴가기간을 이용해 남해로 여행갈 사람을 찾는다는 게시판의 글을 보고 함께 동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4일간 처음 보는 사람들과 여행을 했는데 독신이라는 공통점이 더 친근한 끈이 되어주었어요. 지금은 긴 듯한 여행이었지만 나를 성숙하게 한 건 틀림없어요.

 외로움과 고독에 대해서도 배우게되었고 새로운 것에 도전의식도 느꼈습니다"라며 최근 여행을 회상한다.

그의 고백처럼 독신자들은 같은 독신자 그룹과 인터넷이나 현실에서 이성과 동성간의 만남을 통해 혼자라는 고독을 해결하고 있다.

그리고 철저하게 그 고독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또 독신의 길은 반드시 고독이라는 것을 즐길 수 있어야 가능하다는 불문율 같은 게 있다. 한 사이트에는 독신자를 대상으로 '솔로타운'을 건설하자는 구체적인 안이 올랐는데 독신 네티즌들의 반응이 대단하다.

내용은 독신자 1사람당 3천만원을 투자해서 독신자 전용 센터를 만들자는 것이다.
'50명이면 15억. 그 돈으로 방이 50개인 건물을 짓자'는 것이다.

 1층은 카페테리아, 멀티미디어 실 바 등을 짓고 음식점과 생필품점등으로 상가를 분양하고 2층에는 공통세탁실과 샤워실 등 부대시설 등을 만들자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비싼 땅값에 대한 언급이나 여러 가지 빠진 게 있지만 이같은 제안이 오르자 독신자 군단들의 문의와 관심표명이 인터넷 게시판을 가득 메웠다.

"독신자들은 다들 개성이 강한 편이니까, 인테리어는 마이너스 옵션으로 해 주면 더 좋을 것 같은데. 마음 맞는 사람들은 단체로 발주 할 수도 있구요.

실제로 서울로 출퇴근 가능한 거리라면 땅값이 문제지. 건축비는 머리만 쓰면 상상외로 저렴하게도 가능하지요..."

 "글지 말구... 건물 담보로 융자를 내고 나서... 주차장은 거주자 이외에는 유료주차장화 하는거예여...글구 상가 입주자들에게 임대료를 받고. 요즘 주차장 부족하니까 정부에서도 지원해 줄지도." 등

솔로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것으로 보아 조만간에 독신자들이 지은 솔로타운이 하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조사 자료를 근거로 신문 사설의 독신들을 위한 구체적인 정부차원의 행동이 따라야 할 것이라는 표명들은 독신자 그룹을 제도적인 차원에서도 인정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얼마전 영국 에섹스대학이 발교한 2010년을 향한 영국이라는 정부 지원 프로젝트 보고서에 따르면 10년후 영국사회는 개인중심적인 사고가 확산돼 사회 각 분야에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영역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하면서 영국민 40%가 독신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프랑스 역시 최근 프랑스 국립통계청의 발표를 보면 90년 독신 가구의 비율이 26.1%이던 것이 최근에는 30.4%로 늘어났다고 한다. 연령대별로 15세-39세에 독신 인구중 58.4%가 미혼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30대 인구의 12%가 미혼이고 이같은 추세는 프랑스나 영국에서 보여지듯 늘어날 것이라는게 전문자들의 분석이다.

물론 결혼을 통해 가정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이같은 독신자들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이들에 대한 사회보장제도나 독신자를 위한 정책이 만들어야 할 때다.

아울러 교회에서는 이러한 독신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속히 마련돼 독신을 선택으로 교회를 떠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