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임신 사이트 기승
"아들·딸 골라 낳으세요" 검증안된 방법 내세워 유료회원 모집·상품판매 엉터리 태아 성감별까지 최근 사이버 공간에서 검증되지 않은 이론을 내세워 아들 딸을 골라 낳을 수 있다며 유료회원을 모집하거나 관련 상품을 파는 이른바 '선택임신 사이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이 사이트들은 유전질환의 치료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가능한 태아성감별 정보까지 무분별하게 제공하고 있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우후죽순 선택임신 사이트=10일 현재 인터넷상에서 성업중인 '선택임신' 사이트는 10여개 이상으로 확인된다. 이 가운데 'www.ixxx.net' 사이트는 한 미국 생식생리학자가 내놓은 '여성 질내의 환경을 조정하면 원하는 성별의 아이를 가질수 있다'는 주장과 그의 '아들낳기 원칙 아홉가지' 등의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개설된 지 한달여만에 무려 2천여명이 연간 2만원씩의 회비를 내고 유료회원으로 가입했다. 특히 이 사이트는 회원들을 상대로 선택임신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며 '임신시계'를 팔고 있다. '아들 임신시계','딸 임신시계' 등으로 이름붙여진 이 시계는 배란일과 피임일 등을 잘 맞추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개당 7만5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www.isaxx….co.kr'은 '아들을 낳으려면'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아들을 낳기 위한실천사항들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남편은 몸에 달라붙는 팬티나 청바지를 입지 않는다' '배란일에 성관계 맺기 15분 전쯤 두 스푼 정도의 중탄산소다수를 미지근한 물에 타서 질안에 넣는다'는 등 민간속설을 마치 비법인양 소개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온라인상에서는 이런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상담소를 운영하면서 '직접 찾아오면 결정적인 조건을 알려주겠다'며 유인하고 있다. 임신부들을 상대로 아예 드러내놓고 태아 성감별을 해준다는 사이트도 있다. 'kr.prexx….com'에 접속해 회원으로 가입한 뒤 이름,생년월일,생리일 등 기본적인 정보를 입력하면 태어날 아이의 성별 확률을 알려준다. 이 사이트는 건당 1만6800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www.birxx….co.krr'이나 'www.imxx….com' 등 아들 딸을 가려 낳을 수 있다는 식의 정보제공 사이트들이 최근 몇달새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 믿을 수 있나=의학계는 선택임신에 대해 "남성의 X·Y 염색체를 분리해 여성의 난자와 직접 수정시키는 방법만이 유일하게 인정받은 과학적 이론"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원장은 "대부분의 선택임신 비법은 알고보면 아직 과학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가설일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보라매병원 산부인과 의사 구승엽씨도 "이들 사이트의 주장을 보면, 보편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이론이나 속설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제시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성감별 역시 초음파진단기 등을 통해 직접 확인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아직까지 정확하지 않다고 의료계는 밝히고 있다. 게다가 이들 사이트 운영진은 대부분 의료계와는 별로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어서 의학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박문일 교수는 "의료인도 아니면서 속설이나 불확실한 논리를 이용해 아들낳기를 원하는 부모들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한다면, 법을 떠나 도덕적 측면에서라도 사회적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