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사랑

행복했던 63시간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2004. 5. 10. 12:32

우주3

 

추수감사절, 성탄절 등의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버지는 그 당시 암과 싸우고 있었다. 성탄절까지 사시지 못할 것이 염려되어, 나는 그 해의 남은 기간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다.
아버지께 드릴 선물로 대형 모형배를 손수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평소 모형배를 수집하셨던 아버지가 늘 갖고 싶어하신 물건 중 하나였지만 지금까지 그것을 만들 여유가 없었다.
커다란 모형배를 선물하면 아버지가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실 뿐만 아니라 당신에게 소중한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조립세트를 구입하여 곧바로 배를 만드는 일에 매달렸다. 매일 직장에서 퇴근하면 형의 집 지하실에 가서 몰래 배를 만드는 일을 했다. 평일에는 하루에 세 시간씩, 주말이면 거의 하루종일 그 복잡한 조립 안내서를 보고 땀을 뻘뻘 흘리며 애를 썼다. 배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기대와 흥분으로 가슴이 벅차서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나 자신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아버지가 나의 선물을 볼 때에 얼마나 감격해할 것인가를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12월 20일, 마침내 조립을 끝내고 배를 포장한 다음 붉은 색의 커다란 리본을 달았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성탄절 이브에 배달할 준비가 끝난 것이다. 모처럼 편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아침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병원이었다.
"아버지가 방금 돌아가셨다."
그 해의 성탄절은 내겐 정말 슬프고 잔인했다. 그러나 배를 만드는데 걸린 63시간을 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바친 귀중한 시간이라고 여겼다.
(시간 / 소중)
☞ 물건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다. 돈을 번 후에 교회에 헌신하겠다는 것보다도 지금 하나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 하나님께 기쁨이 되는 것이 내가 드리는 물질이 아니라 내가 하나님과 함께 하시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