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예수의 부활이 사실이 아니라면....
영국 소설가 모어, 가상을 바탕으로 한 '유다의 복음서' 펴내
영국의 역사학자 조지 트레블리언은 1차대전 직전 '만약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이겼다면'(If NaPoleon Had Won the Battle of Waterloo)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만약 그랬다면 프랑스가 유럽대륙을 지배하고 러시아가 감히 넘볼 생가을 못하며 독일은 프랑스 식민지로 남게 되기 때문에 나폴레옹은 영국과 화해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것이 '만약'에 기초한 '皮사실적' 역사의 첫 사례였다. 이제 그 장르는 어느 때보다 인기가 있다. 최근 발간된 에세이 모음집 '만약에'에서는 군사 역사가들이 나폴레옹의 승리 가능성뿐만 아니라 몽골의 유럽침략 성공을 상정해보고 미국 독립전쟁에서부터 2차대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이르기가지 성사된 모든 역사적 사건이 실패앴을 경우를 되짚어 본다.
영국의 역사학자 나이올 퍼거슨이 편집한 '가상 역사'(Virtual History)는 크롬웰이 없었다면 영국이 어떻게 됐을지, 존 F.케네디가 암살되지 않았다면 미국이 어떻게 됐을지 가정해본다. 요즘 역사를 다시 쓰는 사람은 학자들만이 아니다.역사 픽션 부문은 지금까지 나치가 승리했을 경우 유럽의 모습을 그린 로버트 해리스의1992년 베스트셀러 '조국(Fatherland)이 지배해 왔다. 그러나 이제 사이먼 모어가 쓴 '유다의 복음서'(The Gospel of Judas·3백30쪽·Little, Brownr刊)가 그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로마에서 활동하는 영국인 소설가 모어는 다름아닌 기독교의 핵심에 도전한다. 그가 내건 '만약'의 전제는 예수를 배반한 가룟 유다가 쓴 제5복음서의 발견이다. 그 복음서는 예수의 죽음을 세속적인 권력투쟁 결과로 묘사하며 신체적인 부활이 없었다는 증거를 제공한다. 오늘날의 로마를 무대로 한 모어의 소설은 바티칸과 이스라엘, 그리고 다른 국가들이 그런 소식에 어떻게 반응할지 의문을 제기하며 그에 대한 해답을 대부분 제공한다. 그러나 모어의 진정한 관심은 "그것이 교회나 세계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소설 속의 인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있다. 이 소설의 핵심 인물은 레오 뉴먼이다.
가톨릭 신부로 로마에서 활동하던 그는 고대 그리스어 전문가였기 때문에 가룟유다의 복음서로 판명된 문서를 해독하기 위해 이스라엘로 파견된다. 로마에서 뉴먼은 이미 신앙의 위기를 겪으며 영국 외교관의 아내와 불륜에 빠진 상태다. 그는 유다의 복음서를 해독하기도 전에 스스로 예수를 배반할 찰나에 있다고 느낀다. 모어는 "모든 수준의 배반에 관한 소설"이라고 말했다. 이 소설은 금욕생활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모어는 뉴먼에 대해 "독신생활은 화상 흉터처럼 그에게 각인돼 있었다. 그것은 성적인 금욕 이상으로 자신에게 몰두하고 거기에 만족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고 적고 있다. 뉴먼은 교회가 신부들의 금욕생활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는 금욕생활이 종교적 헌신에 이르는 '강력한' 수단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이 모든 것은 이 소설이 결코 反기독교적 도발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영국 성공회 가정에서 자라나 젊은 시절 가톨릭으로 개종한 모어는 자신을 타락한 가톨릭 신자로 간주한다. 그는 "내 신앙이 약해진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전통적인 기독교 교회가 현시대의 역사적 실증에 취약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어가 그런 논리를 펴는 것이 과연 정당할까. 영국의 역사학자 휴 트레버.로퍼는 "일어난 일만 보고 그 반대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왜 일어났는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 '유다의 복음서'에서 뉴먼은 인간의 깊은 내면을 탐구하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 '부활'한다. 예수가 실제로 부활하지 않았다는 전제를 기초로 한 책에서 되풀이되는 주제가 바로 부활인 것이다. 사실적 역사로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그 정도의 반향을 일으킬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