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와 토론

"학교 싫다" 자퇴사이트 급증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2004. 4. 30. 09:23
"저, 월요일에 자퇴해요. 축하해 주세요."
"시간낭비 안하고 자퇴하게 돼서 다행이네요."
최근 인터넷 상에서 유행하고 있는 한 '자퇴 사이트'에서 중고생들이 주고받은 말들이다. 학교는 영락없는 '감옥'이고, 그곳을 빠져나오는 자퇴는 '축하받을 일'이다.지난해부터 자퇴생들의 인터넷 모임으로 시작한 자퇴 사이트들이 최근 7~8개가 대?포털사이트 클럽 등의 형태로 활동할 만큼 급증했다. 청소년들의 연쇄자살을 부른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 이어 자퇴 사이트가 사이버 공간의 인기품목으로 등장한 것이다.'학교 밖의 삶을 걸어가는 사람들' '미래를 향한 첫걸음' '10대의 반란' '이유있는 자퇴생들의 방' 등의 이름에서 보듯 답답한 학교현실을 토로하고, 그로부터 '탈출'하는 방법까지 논의하는 '탈학교 운동'의 면모까지 보이고 있다. 이런 사이트 가입자들은 단순 자퇴가 아니라 '더이상 학교는 의미가 없다'는 '소신' 자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급기야 정보통신 윤리위원회(위원장 박영식)는 최근 대표적인 자퇴 사이트인 '아이노스쿨(www.inoschool.net)'에 대해 사실상 '사이트 폐쇄'에 해당하는 이용해지 결정을 내렸다.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자퇴를 부추기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가르쳐주고 있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10대 청소년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사이트 폐쇄 직후부터 윤리위와 청와대 게시판에는 수백통의 항의 메일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욕설로 덧칠된 과거의 항의 메일과 달리 답답한 학교 현실의 '배출구' 역할을 해온 사이트의 폐쇄에 따른 '울분'과 논리적인 항변이 많아 윤리위측은 더욱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일부 전문가들도 윤리위의 결정이 '성급했다'며 공격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 김현수(36)씨는 "자퇴 학생들을 상담해보면 학교 밖 사회에서 다양하고도 창의적인 경험을 한 아이들을 획일화되고 권위주의적인 학교에 맞추려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다"면서 "폐쇄하면 음성화돼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리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논의과정에서 이 정도는 용인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며 "그렇다고 대안 없이 '학교 탈출'을 충동하는 사이트를 청소년들에게 노출시킬 수는 없다는 게 위원회의 판단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