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풀이 하기
미국에는 '풍선 술집'이라는 맥주 대폿집이 있다. 들어서면 수십수백 개의 풍선이 주렁주렁 매어달려 있는데, 풍선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각양각식의 얼굴들이 험상궂게 그려져 있다. 손님은 자신이 증오하고 있는 인물과 흡사하게 생긴 용모의 풍선을 골라 갖는다. 이를테면 상사로부터 꾸지람받고 나왔으면 그 상사와 흡사한 대머리 까진 풍선을, 여편네에게 얻어맞고 나왔으면 여편네와 흡사한 여우 같은 풍선을 골라 들고 옆방으로 들어간다. 그곳에는 풍선 파열 장치가 돼 있는데, 그 장치에 그 풍선을 끼우고 스위치를 누르면 조명이 되어 보다 험상궂은 몰골이 부각된다.
일정한 거리에서 마냥 달려가 그 풍선에 주먹질하여 터뜨리면 그 파열음이 진폭 확성되어 천지가 무너지듯 한 소리가 난다. 그로써 후련해진 손님은 생맥주 한잔 들이켜고 나간다. 이 유사 폭력에 의한 스트레스 발산으로 가정에 있어 아내를 때리는 와이프 비팅, 남편을 때리는 허즈 비팅의 가정 폭력이 2 퍼센트 내외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풍선 술집 말고 와이프 돌(Wife doll), 허즈번드 돌(Husband doll)이라 하여 등신대(等身大)의 각시 인형, 서방 인형을 팔기도 한다. 격앙된 분노를 실물 대신 이 각시 인형이나 서방 인형을 내리쳐 가정 폭력을 예방하는 인형 작전인 것이다. 때리면 그 강도에 따라 피가 나고 부어오르게끔 만들어져 있어 때리는 데 실감이 나게 돼 있다 한다.
미국에는 연간 평균 1백 80만 명의 아내가 남편으로부터 얻어맞고 있으며, 전가정의 4 분의 1이 이 가정 폭력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얻어맞기만 하는 아내가 아니다.
39 퍼센트의 남편이 아내에게 세간살이를 던지며, 37 퍼센트의 아내가 남편에게 세간살이를 던져 응수를 하고, 31 퍼센트의 남편이 아내를 밀치고 목을 조르는 데 대해 21 퍼센트의 아내도 그 같은 방법으로 남편에게 응수를 한다 했으니 이제 가정 폭력에 있어 아내만이 피해를 입는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가정 폭력이 질적으로 어느만큼 악화하는가는 미국의 연간 평균 살인 건수인 2만 건 가운데 부부간 살인이 10.6 퍼센트라는 것만 미루어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래서 풍선 술집과 각시 인형, 서방 인형의 '비팅 돌'산업은 희망 산업이랄 수 있다. 여권이 강해질수록 희망이 밝아지는 산업인 것이다.
70 년대의 대학 축제는 남녀가 손을 번갈아 잡고 돌리는 포크 댄스를 추고, 80 년대의 축제에서는 남녀가 붉은 글씨의 머리띠를 두르고 주먹으로 하늘을 치더니 요즈음 대학 축제에서는 남학생을 꼼짝 못하게 묶어놓고 여학생이 주먹으로 후려패는 사나이 때리기, 곧 보이 비팅이 등장하고 있다 한다. 허즈번드 비팅의 예행 연습인가. 저승에 가 있는 조상들 집단 기절할 일이다.
92/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