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에 도움될 예화

원숭이의 심장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2004. 4. 27. 15:43


용왕(龍王)의 아내가 원숭이의 염통(심장)을 먹어야만 낫는 병에 걸렸다. 용왕은 궁리 끝에 원숭이를 속여 바다 속으로 유인, 염통을 요구하자 놀란 원숭이란 놈, 염통을 육지에 떼어놓고 왔다고 되속여 탈출하는 이야기가 불경(佛經)인 <자타카(本生經)>에 적혀 있다. 이 불경 속의 이야기가 <삼국사기(三國史記)>에서 약간 변질되어 기록되어 있다.
고구려에 사신으로 간 김춘추(金春秋)가 고구려의 중신(重臣)에게 뇌물을 주고 그로부터 탈출 계략을 암시받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동해 용왕의 딸이 토끼의 간을 써야만 낫는 불치의 심장병에 걸렸다.
용왕은 거북으로 하여금 토끼를 속여 용궁으로 유인하는데 토끼란 놈, 꾀를 내어 나는 능히 오장(五臟)을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데 마침 번거로운 일이 있어 간을 꺼내어 깨끗이 씻어다가 바윗돌 밑에 놓아두었다고 속여 탈출한다는 줄거리다. 원숭이 염통이 토끼의 간으로 변질되었을 뿐, 줄거리는 불경 속의 이야기와 다를 게 없다. 이 이야기가 민간에 흘러 <별주부전>, <토별가>, <수궁가> 같은 풍자 소설과 판소리로 한국 서민 문학의 큰 밭을 이루고 있다. 용왕으로 상징되는 양반이나 권력자의 가렴주구에 대해 토끼로 상징되는 서민이 통쾌하게 속여넘기는 그런 권위주의에 대한 반동을 풍자했기에 서민에게 그토록 영합됐음직하다.
지금 미국에서 심장 결함으로 죽어가는 젖아기에게 원숭이의 심장을 이식시킨 것이 인간 생명의 존엄 측면에서나 동물애호 측면에서 크게 반발을 사고 있다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오장을 떼었다 붙였다 하는 <별주부전>을 희한할 정도로 과학화 하고 있는 것 같은지 우선 놀라게 된다. <별주부전>이 권위주의에 대한 서민의 반동이라면 이번 이식 수술은 과학 만능에 대한 인간 생명의 반동이라는 문제 제기에서도 그렇다. 당장 생명을 구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얼마나 살지도 미지수요, 또 오래도록 산다 해도 생체간의 이화(異和)로 반인반원(半人半猿)의 변태 인간이 탄생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마음을 다스리는 장기라 하여 심장이다. 심장의 오묘한 메카니즘이 희로애락을 지배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원숭이의 심장 고동이 원숭이의 지각(知覺)이나 행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실험도 있고 보면 원숭이 심장을 단 이 아이가 자라 결혼식장에 엉덩이 쳐들고 네 발로 기어들어가고 식탁 위에 올라앉아 손으로 집어먹으며 빨랫줄 타고 창을 통해 남의 집을 방문할지도 모를 일이다. 또 그야말로 인면수심의 파렴치 인간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원숭이 망신이라 하여 원숭이 사회에서 데모를 일으키지 않을까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