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에 도움될 예화

피터의 법칙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2004. 4. 27. 15:41
세상은 온통 사다리처럼 계층(階層)으로 돼 있다. 직장에 있어서의 직급도 그렇고 권력도 재력도 학력도 계단 오르듯 계층 구조로 돼 있어 제각기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고 있다. 이렇게 계단을 오르다 보면 언젠가는 그 사람의 능력이나 자질로써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만다. 곧 무한 상승이란 있을 수가 없다. 그 계단을 넘어서면 무능해지고 변칙적인 일이 벌어지게 되는데, 그런 단계를 미국의 사회학자 L. J. 피터는 '종착역적 증후군'이라 했는데, 이 수준에 이르기 직전 단계에서 일부러라도 어리석은 체, 무능한 체 해야 한다는 처세의 법칙이 바로 '피터의 법칙'이다. 이 무능의 수준을 넘어선 정치가는 아부와 모략을 일삼게 되고, 상인은 매점이니 덤핑이니 변칙 수단을 쓰게 되며, 학자나 예술가는 표절을 하게 되고, 관리는 권위주의에, 셀러리맨은 자세주의(藉勢主義)에 빠지게 되며, 부인들은 분에 넘는 사치나 차장이나 자녀들에 대한 과잉 보호를 하게 된다.
생리적으로도 이상이 생겨 심신병(心身病)적인 병, 이를테면 위궤양, 암, 간경화증, 천식, 고혈압, 노이로제까지 유발되는 것으로 입증되고도 있다.
이 피터의 법칙은 진화론에 적용되고 있기도 하다. 이를테면 중생대에 공룡이 전멸하고 있는데 그토록 발전한 파충류의 왕국이 멸망한 것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무능 수준을 넘어선 때문이며, 로마 제국이 멸망한 것이나 중세 사회가 궤멸한 것도 각기 향락이나 신앙을 두고 무능 수준 이전에 머물지 못하고 이를 넘어선 때문으로 해석하고 잇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가정 등 각 분야에 있어서의 많은 병이(病理)나 부조리를 훑어 보면 모두가 이 '종착역적 증후군'으로 해석되지 않는 것이 없음을 알 수가 있다. 그래서 무능 수준을 넘기 직전 단계에서 자신의 분을 알아 적당히 어리석으라는 피터의 법칙이 새삼스럽기만 하다. 돌이켜 보면 이 피터의 법칙은 우리 선비들이 이미 선각적으로 지각하고 또 실천했던 처세술이기도 하다.
선비들은 자신의 아호(雅號)나 당호(堂號)로서 어리석을 '우(愚)'나 '치(痴)', 어두울 '회(晦)' 같은 글자를 선호하여 자신의 처세 철학으로 삼았었다. 또 조식학파(曺植學派)에서는 스승이 제자에게 '마음의 소' 한 마리씩을 전승하는 학통이 있었다. 말(馬)처럼 날래지 말고 소처럼 적당하게 우직하게 살라는 어리석음의 가치를 이렇게 구현했던 것이다. 이렇게 옛 선비들처럼 어리석기란 현명하기보다 한결 어렵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각기 제 인생의 계단에서 적당히 어리석지 않고는 공룡의 절멸 시대를 맞지 않는다고 아무도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