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온달과 평강공주 2004. 4. 26. 11:37
우리 한국의 고유 식품 가운데 이미 국제적인 식품이 돼 있는 것으로 불고기와 김치를 들 수 있다. 브뤼셀의 슈퍼마킷에서까지 김치를 팔고 있는 것을 보면 대단한 속도의 국제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 국제식품으로서 3번 타자는 어떤 식품이 될 것인가, 가장 유망주가 빈대떡이다. 일전 56 명의 각국 주한 외교관 부인들의 모임에서 한국 고유 음식을 시식시키고 그 선호도를 조사했더니, 단연 베스트 1이 빈대떡이었다. 빈대떡이 지닌 미각에 가장 폭넓은 국제성이 내포돼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평안도에서는 지짐이, 황해도에서는 막부치, 전라도에서는 부꾸미 또는 허드레떡, 서울에서는 빈자떡 이라고도 불리는 빈대떡은 그 이름에서 풍기는 것처럼 가장 서민층의 식품이다.
명절 전야면 서울의 돈 많은 양반이나 중인들이 빈대떡을 수레에 가득히 싣고 남대문 밖의 빈민들이나 홍제원(弘濟院), 이태원(梨泰院)의 행려자(行旅者)들에게 `북촌(北村) 김대감 댁의 보시(布施)요', `청계천(淸溪川) 변 현별감 댁의 적선(積善)이요'하며 빈대떡을 던져 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빈자(貧者)가 먹는 떡이라 하여 빈자떡으로 알려져 있으나, 어원(語源)은 전혀 다르다. 우리말 뿌리를 적은 옛 문헌 `역어류해(譯語類解)'를 보면, 빈자떡이 중국 말인 빙져에서 비롯되었다 했다.
한편 `명물기략(名物紀略)'에는 중국의 콩가루 떡인 알병의 `알'자가 빈대를 뜻하는 `갈(蝎)'로 와전되어 빈대떡이 됐다는 것이다. 그보다 신빙성이 있는 문헌상의 빈대떡의 원조는 밀가루 반죽한 것을 기름에 튀긴 절병(截餠)이 아닌가 싶다. 타원형의 갸름한 부치개를 떼어먹기 좋게끔 드문드문 저며 놓은 꼴이 마치 빈대와 같다 하여 `갈자(蝎子)'라 불렸으며 `제민요해(齊民要解)', 일본 나량(奈良) 시대의 문헌에서도 당나라에서 건너간 식품 가운데 이 갈자를 그림으로 그려 놓은 것을 보았는데 꼭 빈대처럼 생겼음을 알 수가 있었다. `연희식(延喜式)'. 일본에서 당나라라면 꼭 당나라만 뜻하지 않고 한국도 뜻했기에 한국을 거쳐 건너갔을 확률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지금은 서울 복판인 정동의 옛 이름이 빈대가 많다해서 `빈대굴'이요, 빈대굴에서 이 부치미 장수가 많았기로 빈대떡이 됐다는 설도 있다. 그 뿌리야 어떻건 밑바닥에서 사는 한국 서민의 미각이 국제 미각과 가장 가깝게 통한다는 진리를 빈대떡이 입증했다는 점에서 새삼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