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와 토론
동거는 빨리, 혼인신고는 천천히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2004. 4. 24. 09:45
신세대 부부, "결혼 후회할지도 몰라" 일단 살아보자… '3쌍 중 1쌍 이혼' 시대상 반영
최근 20, 30대 젊은 부부 사이에 결혼식을 올리고도 혼인신고를 미루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결혼'이라는 형식을 거쳐 부부생활을 영위하지만 일정기간 '합법적인 부부상태'가 되는 것을 유예한 채 상대를 탐색하는 기회를 갖겠다는 신세대들의 실리적 계산이 반영된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또 기존 가족구성원에서 밀려난다는 두려움도 혼인신고를 미루는 데 한몫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4월 결혼한 맞벌이 부부 김모씨(남·33)는 결혼 전 아내와 "1년쯤 살아보고 그때 가서 혼인신고를 하자"고 합의했다. "부모님이 혼인신고 안한다고 성화지만 지금까지 핑계를 대며 미루고 있다. 물론 부모님은 혼인신고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은 모르는 상태다. 우리 생각을 이해하실 수 없을 것 같아 말씀드리지 않았다"는 김씨. 그는 혼인신고를 미루는 이유에 대해 "결혼하는 부부 3쌍 중 1쌍 꼴로 이혼이 흔한 시대인데 우리라고 이혼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물론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삐끗해서 헤어지는 날이면 젊은 나이에 이혼자라는 딱지가 남을 게 아닌가. 그렇게 되면 사회 생활에도 지장이 많을 것 같아…"라고 말한다. 오는 3월 결혼식을 앞둔 박모씨(남·31)도 "결혼 전에 미리 몇 개월만 함께 살아보고 싶었지만 양가 부모님 때문에 동거를 포기했다. 대신 결혼하더라도 혼인신고는 천천히 할 생각"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