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부 '주방 스트레스'에 시달려
한국인들은 유행하는 음식과, 유행에 처진 음식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성향을 띠었다. 한국인들은 유행에 처진 음식으로 탕수육·불고기와 짜고 매운 음식을 꼽았다. 그런데 많은 가정이 집안에서는 여전히 '유행에 처진 음식'을 즐기고 있다. 늘 먹던 것이 간편하다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다.
'요즘 여자들은 예전의 어머니들보다 요리를 못한다?'라는 질문에 한국인 67%가 '그렇다'고 응답했다(아시아 56%). 특히 남편(77%)과 노인(74%)들이 강하게 '그렇다'고 여기고있다. 결국 한국 여성들은 아시아에서 가장 냉정한 요리 비평가, 혹은 까다로운 미식가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러니 한국 여성들이 요리하기를 즐길 리가 없다. '음식을 먹는 것만큼 요리하기를 즐기는가?'라는 질문에 43%의 주부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기혼 남성들은 단 20%만이 요리하기를 즐긴다고 말했다. 아시아인의 68%가 요리하기를 즐긴다고 대답한 것과 견주면 한국 주부들의 주방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오길비 김수미 차장은 그 이유를 여러 가지로 분석한다. 음식과 관련한 가정 내의 굳건한 사고 방식(꼭 밥과 국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 등), 일하는 여성 증가, 남편의 낮은 가사 분담률 등이 그것이다. 특히 한국 남성들의 가부장적 권위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대부분의 한국인 남편들은 "남자는 주방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 믿고 있다. 한 주부는 '밥상 차릴 때 숟가락이라도 놓아 줬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다. 주부 황혜정씨(36·서울 청담동)는 남편의 가사 분담에 대해 "가끔 라면 끓여 먹는 게 전부다"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일본인들은 여자(56%)보다 오히려 남자(62%)가 더 요리하기를 즐긴다.
아무리 전통 음식을 중시해도 한국 사람들 역시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새로운 음식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젊은이들은 새로운 음식을 찾아서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