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눈에 비친 교육의 현주소
교사들의 눈에 비친 우리교육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그것을 알 수 있는 수필집 3권이 잇따라 나와 눈길을 끈다.
시집 '접시꽃 당신'으로 우리 심금을 울렸던 도종환 교사(49)의
'마지막 한번을 더 용서하는 마음'(사계절)과
시집 '집 비운사이'를 펴냈던 최은숙 교사(34)의 '세상에서 네가 제일 멋있다고 말해주자'(문학동네),
40년째 교직을 지켜온 김영원 교장(61)의 '학부모님 전상서'(자유지성사)가 바로 그것.
이 책들에는 교직생활을 통해 느꼈던 우리 교육에 대한 고뇌들이 잘 나타나 있다. 도종환 교사가 펴낸 '마지막 한번을 더 용서하는 마음'은 늘 교육모순의 중심에 서고자 했던 저자가 해직 10년만에 복직한 후 겪었던 교육의 붕괴와 그 대안들을 모색한 교육에세이.
저자는 어려운 교육환경에 대한 비판과 함께 먼저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아야 한다는 가슴 따뜻한 메시지를 담았다. 이는 저자의 오랜 교직생활과 해직에서 투옥으로 이어진 험난한 투쟁의 시기 그리고 다시 교직으로 복귀한 파란의 세월을 겪은 뒤 태어날 수 있었던 인고의 열매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시시포스의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끝없이 바위를 정상을 향해 밀어 올리는 것"이라고 털어놓는다. 다 올려놓았다 싶으면 또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바라보며 절망하지 않고 다시 터벅터벅 걸어 내려가 바위를 밀기 시작하는 일. 바로 그 일을 매일 되풀이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설명한다.
가슴으로 아이들을 만났던 경험과 그로부터 비롯된 교육에 대한 통찰을 하나씩 보여주는 이 책은 스무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는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아들을 보며 가족들과 성실하게 소통의 노력을 하지 않았던 아버지로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가정에서의 한 아버지와 자식의 만남도 있다, 또 수업시간에 선생과 사회에 대한 욕설을 적은 노트를 돌리는 학교에서
선생과 제자의 만남이 있고, 'HOT'에 열광하는 신세대와 아련히 섬집 아기를 떠올리는 구세대의 만남도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길들이는 교육'이 아니라 '인격체를 기르는 교육'을 통해 들었던 매로 자신의 종아리를 때리는 선생님의 고통이 있다. 그 고통을 통해 교사를 욕하던 아이들로부터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감동적인 고백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부모와 교사들을 향해 아이들에게 노동의 가치를 일깨워줄 것, 고정된 성역할을 요구하지 말 것, 생명과 환경의 소중함을 느끼게 할 것, 개성을 살릴 수 있도록 가르칠 것 등을 당부한다.
또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민주적인 교실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교육붕괴의 현실을 걱정하며 교사들이 중심을 잡아 줄 것을 강조한다.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당한 뒤 10년만에 1998년 교단에 복귀한 저자는 지금도 전교조 충북지부장을 맡으며 참교육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충남 목천중학교 최은숙교사가 쓴 '세상에서 네가 제일 멋있다고 말해주자'는 시골의 작은 학교를 무대로 오월의 햇살 같은 아이들을 그들의 마음자리로 내려가 그려내고 있다. 마을전체가 학교의 풍경을 이루며 교실 안팎이 따로 없는 시골학교 특유의 정황도 손에 잡힐 듯 그려져 있다.
교육현장의 현실은 품었던 이상과 동떨어져 있기 일쑤인데 저자는 그때 그때의 당혹과 분노를 숨김없이 말한다. 아침마다 출근준비에 법석을 떨면서 병가를 내고 하루 쉬어볼까 궁리하는 평범한 생활인의 모습도 솔직하다.
이런 솔직함에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내려는 저자의 성실성이 더해져 아름다운 글쓰기의 한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교실붕괴가 우려되는 요즘의 현실에서 더없이 소중한 교육현장 보고서가 되고 있다. 그것은 교실이 부족하고 모순투성이이지만 아이들의 꿈을 감싸안고 품어내는 포기할 수 없는 마당임을 다른 어떤 논리적 연설보다 감동적으로 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속에서도 울고 웃는 자신을 발견해 내고 삶을 통째로 나누는 아이들이 있으므로 절망의 접점이 곧 희망이라고 말하는 저자. 선생님과 학생이 마음을 열고 서로 신뢰하면 얼마든지 즐겁고 아름다운 교실이 될 수 있다는 걸 생활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줌으로 교실은 여전히 미래를 위해 살아있음을 말한다.
이 책을 읽고 시인 이정록씨는 "온기가 자글자글하다. 한 땀 한 땀 털실로 뜬 겨울옷 같다"고 말한다.
이 책 속에는 아랫목이 있고 고구마 삶아놓은 소쿠리가 있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책가방 집어던지고 놀러 나가는 소리가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담백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여름방학 보충수업을 강요하지 말자고 말하고 점심시간엔 엄정화 아닌 최정화가 되어 댄스의 여왕이 되고 딱딱한 졸업식을 동료교사들과 결성한 '오합지졸' 사물놀이패의 공연을 통해 신명나는 축제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안개 낀 아침 코스모스길을 마구 달려 출근하는데 앞에 오던 봉고차가 깜박깜박 인사를 했다. 기수아빠 엄마였다.
얼핏 보니 또 지각하셨네 하고 웃는 얼굴이었다. 아침안개 속의 그 환한 웃음 때문에 행복했다.
아이들도 내 웃음을 만나 행복을 느끼는 때가 있기를 바라는 것이 내 욕심"이라고 저자는 솔직하게 말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믿음직스러운 교사의 모습을 보는 듯해 독자들의 마음을 뿌듯하게 한다.
서울 충암초등학교 김영원교장의 '학부모님 전상서'는 '어느 노교장의 고백'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난 40년 동안 교단을 지키며 살아온 한 교사의 솔직한 심정을 드러낸다.
저자는 "인생은 깔때기다. 깔때기로 물을 넣을 때는 많은 양이 들어가지만 깔때기를 통해 물을 내보낼 때는 아주 적은 양이 나온다. 우리 사람살이도 그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이 살지만 과연 성공한 삶이라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일까"라고 되묻는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살아가는 삶. 그러나 그것은 모두 제각각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며 살아가는 방법 또한 틀리다.
저자는 평생을 아이들의 천진한 웃음 속에서 살아온 교장선생님으로 자신의 삶 속에 녹아든 긴 세월의 기쁨과 역경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한 그의 꿈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스스로 성공한 '깔때기인생'이라고 자부한다.
평생 교단을 지키며 이 나라의 새싹인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학생회장이 되어 세상이 온통 내것인 양 휘젓고 다니고, 정치에 입문한다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만용을 부린 적도 있다는 저자는 교단에서는 것이 천직임을 깨달은 후부터 하루하루를 항상 고마워하며 살아간단다.
이 책은 '초상화를 그려주신 교장선생님' '학부모님 전상서'등 서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40년동안 교단을 지키면서 느꼈던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그려내 우리에게 색다른 감회를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