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목회자의 유언장
◇평생을 시골교회에서 20여 년간 목회를 하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교회에서 철야기도 중 갑작스런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난 한 목사의 유언장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충주시 엄정면 추평리 추평교회에서 목회를 해온 전생수목사(기감)는 지난 달 19일 “내가 죽은 뒤 나에 대한 어떠한 흔적도 땅 위에 남기지 말라”는 유언과 함께 남긴 유언장에서 “나는 오늘까지 주변인으로 살게 된 것을 감사하고, 모아놓은 재산 하나 없는 것을 감사하고, 목회자로서 호의호식 하지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살 수 있었음을 감사하며, 이 땅에서 무슨 배경 하나 없이 살아 온 것을 감사하고, 더 얻을 것도 없고 더 누릴 것도 없다는 것에 또한 감사하노라”고 청빈한 목회자의 삶을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는 또 △나는 치료하기 어려운 병에 걸리면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은 즉 병원에 입원하기를 권하지 말라. △나는 병에 걸려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어떤 음식이든 먹지 않을 것인즉 억지로 권하지 말라. △내가 죽으면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알리고 장례를 번거롭게
하지말라. △내가 죽으면 내 몸의 쓸모있는 것들은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나머지는 내가 예배를 집례할 때 입었던 옷을 입혀
화장(火葬)을 하고, 현행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내 고향 마을에 뿌려주기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다. 이 유언대로 전목사의 장기는 기증됐고 나머지
시신은 화장돼 고향의 산야에 뿌려졌다고 한다.
◇이것이 모든 목회자가 가져야 할 진정한 청지기적 무소유 정신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 목회자의 무소유 정신이 큰 뉴스거리가 되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것은 이 시대 목회자의 가치관이 세속화되어 물질적 욕심을 버리지 못한 목회자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도시 주변의 교회를
맡고 있는 목회자들이 은퇴하면서 퇴직금을 놓고 부리고 있는 추태는 이미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값주고 산 그리스도교의 교회가 세속
상업주의에 깊이 빠져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아들 딸 시집 장가 보내고 두 부부만 남아 교회가 주는 집과 생활비로 살아갈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10억 20억 은퇴 위로금을 챙기고, 또 교회의 부동산을 요구하는가.
◇기독교의 가치관은 소유개념이 아니라 사랑과 나눔의 봉사에 있다. 소유가 많음이 하나님의 축복이라 생각하는 목회자의 정신은 기독교적
가치관에 바탕한 것이 아니다. 오늘날 교회가 그 말씀의 능력을 잃고 때때로 지성인사회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음은 기독교 지도자들의
성별의식이 약화된데 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또 교회의 헌금으로 교단이나 교계 연합기관의 장(長)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교회 지도자로
행세하는 인물들이 존경받는 지도자인체 하는 교계 풍토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히려 무소유의 가치관을 생활신조로 삼아 행복한 삶을
살다간 전생수목사 같은 지도자가 목회자로서 진정으로 성공한 목회자요, 존경받아야 할 인물이 아닐까!